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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저녁식탁 오른 소고기 1kg, 이산화탄소 25kg 만든다2021-06-14 14:09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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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급날, 우리 가족은 외식에 나선다. 메뉴는 별다른 고민 없이 소고기를 선택했다. 이번 달은 조금이나마 보너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소고기를 먹을 생각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렇게 4인 가족이 먹은 소고기는 약 1㎏, 조금 무리했지만 다들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니 지갑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좋은 날, 기쁜 날, 특별한 날 먹는 소고기. 알고 보면 온실가스를 만드는 주범 중 하나다. 미국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에 따르면 소고기 1㎏을 생산하는 데 25.6㎏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설렁탕 한 그릇 먹었을 뿐인데…이산화탄소는 10㎏ 배출

음식은 탄소 배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22개국 70명의 전문가가 모인 환경단체 플랜드로다운(Plan Drawdown)은 향후 30년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방법 3위로 ‘채식 위주 식단’을 꼽았다. ‘열대우림 복원(5위)’이나 ‘해상풍력발전(6위)’같은 거창한 계획보다 식생활 개선이 기후변화 대응에 더 유용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쌀밥에 고깃국’을 예로 들어 보자. 쌀밥 한 그릇은 115gCO₂e, 소고기뭇국은 1.8㎏CO₂e의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CO₂e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가스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한 ‘탄소환산량’ 을 뜻한다. 아무런 반찬 없이 밥과 국 한 그릇만 먹어도 약 2㎏의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밥상의 탄소 발자국’ 계산 프로그램에 따르면 한식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내는 음식은 설렁탕으로 무려 10㎏CO₂e를 배출한다. 설렁탕에 이어 곰탕 9.7㎏CO₂e, 갈비탕 5㎏CO₂e, 불고기 3.5㎏CO₂e, 육개장 3㎏CO₂e 등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음식으로 조사됐다. 모두 소고기가 들어간 음식들이다.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육식의 종말’에서 “소를 사육하려면 초지가 필요하고 초지 조성을 위해 대규모의 열대우림이 사라진다. 또 소에게 먹일 사료로 쓰이는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초반 7000만 톤에 그치던 세계 고기 생산량은 2017년 3억3000만t으로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 육류 소비량은 1980년 11.3kg에서 2018년에는 53.9kg으로 증가했다. 경제가 고도로 성장할수록 육류 소비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육류 수입량도 증가해 2000년에 39만4000톤이었던 육류 수입량은 2018년 104만6000톤으로 사상 최초로 100만 톤이 넘었다.

◇소 15억7000마리=메탄가스 1억8000만 톤

인간이 육류를 소비하기까지는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 육류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경작지와 방목지가 필요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사라진 열대우림의 70% 이상이 이 때문에 망가졌다. 브라질에서는 약 23억1404만㎡의 토지가 가축 사료용 콩을 재배하는 데 쓰인다. 목초지와 경작지 등을 얻기 위해 땅과 숲이 사라지는 사이, 인간의 식량과 주거, 동물의 서식처 등이 위협받는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소가 풀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방귀나 트림으로 배출하는 메탄도 문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는데, 인간에게는 자동차가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보다 86배나 해롭다고 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약 15억7000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이 소들은 연간 약 1억500만~1억8000만 톤의 메탄을 배출한다. 트림과 방귀를 통해서다.

미국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저서 ‘우리가 날씨다’에서 “만약 전 세계의 소들을 하나의 국가로 친다면, 중국·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이 세 번째로 많다”고 분석했다.

소 사육이 기후위기에 끼치는 악영향은 이뿐 만이 아니다. 소를 사육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이 소요되는데, 물발자국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에 따르면 각 식품 1㎏을 생산할 때 채소의 물 발자국은 322ℓ가 발생하는 데 비해 소고기는 1만5415ℓ가 사용된다.

서울환경연합은 “소고기 1㎏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1만 5500ℓ이고, 토마토 1㎏을 기르는 데는 180ℓ밖에 필요하지 않다”며 “농·축산업이 전체 담수 사용량의 70%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육류 생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소고기 400g을 먹지 않으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어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고서를 인용해 “전 세계의 고기와 유제품 소비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비농업 부문에서 배출량을 크게 줄인다 해도 전 세계 평균기온은 2도 이상 오를 것”이라며 “동물성 제품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위기라는 시한폭탄을 해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발표한 ‘기후변화와 토지(Climate Change and Land)’ 특별보고서는 전 세계인이 모든 동물성식품을 먹지 않으면 약 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371억 톤 중 22%에 해당한다.

◇채식 위주 식단 온실가스 최대 70% 줄여

바꿔 말하면 식단의 과감한 전환을 통해 22%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을 권장했다. 하루 최소 400g에 해당하는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고 50g 이하의 설탕과 43g 이하의 고기를 먹을 것을 추천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WHO가 권장하는 채식 식단에 따를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29~7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4인 가족이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고기와 치즈를 제외한 채식 식단을 실천하면 5주 동안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은 것과 같은 양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낼 수 있다. 또 1주일에 하루만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3개월 동안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은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