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 알리사 손튼 대변인 인터뷰“중요한 것은 우리가 회사의 전략이나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대해 지속 가능한 결정을 내릴 책임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의 알리사 손튼 대변인은 이투데이와 이메일 인터뷰를 하고, 세계적인 ‘탄소 경영’ 흐름 속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탄소 중립 경영이 전 세계 기업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바빠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 ESG 경영 전략 수립을 촉구하고 과거 석탄과 석유 중심이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뱅가드도 ESG 전문팀을 신설하고 지속 가능 상장지수펀드(ETF)를 판매하는 등 자산운용사이자 주주로서 투자 기업들의 기후 변화 대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33%가 탄소 집약 산업…장기 리스크 관리 필요성”지난해 뱅가드는 전 세계 655개 기업과 손잡고 27개국 1만2429개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17만6834개의 개별 사안에 투표권을 행사했다. 뱅가드가 관리하는 자산 규모는 2조 달러에 육박한다. 특히 전체 포트폴리오 가운데 탄소 집약적 산업에 포함된 기업은 219곳으로, 33%에 이른다.
손튼 대변인은 “최근 들어 ESG 상품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늘고 있다”며 “뱅가드는 기후변화 문제가 장기적인 주주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후변화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장기적이고 물리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기업들이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뱅가드는 14개의 ESG 전용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13개가 인덱스 펀드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장기적 투자라는 점에서 ESG와 인덱스 펀드가 결을 같이 한다고 판단했다. 손튼은 “ESG 라인업 대부분이 인덱스 펀드에 포함돼 있다. 우리 인덱스 펀드가 상장사에 투자하면 이론적으로 해당 주식을 영원히 보유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에 우리의 투자 자금은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오늘과 내일, 미래에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품 실적도 좋다. 대표 상품인 FTSE소셜인덱스펀드는 지난 10년간 113억 달러의 순자산과 14.6%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벤치마크인 러셀1000지수를 능가하고 있다. 최근 만들어진 ESG US Stock ETF의 수익률은 1년 만기 기준 36%에 달한다.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대신 책임감 심어주는 게 우리 역할”손튼 대변인은 뱅가드의 역할에 상품 개발과 함께 기업이 ESG 리스크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작업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뱅가드의 투자 스튜어드십 팀이 ESG 문제에 관해 탄소 집약적인 기업의 리더·이사회와 정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가 발간한 투자 스튜어드십 보고서에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뱅가드는 계약을 체결한 655개 기업과 이사회 구성(426건), 임원진 보수(401건), 리스크 관리(354건), 주주 권한 강화(101건) 등 여러 부문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주주 행동에 나섰다.
손튼은 “기후변화가 기업과 많은 대화의 초점이 됐고, 우리는 기업들에 기후 위험 감독과 관리가 우리의 핵심 기대치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또 이사회가 석탄 사업 운영과 삼림 벌채에 대한 우려, 파리기후협약과의 제휴 등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하는 주주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기업들의 기후 전략 수립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기업의 전략이나 재무 경영을 지시하는 것이 아닌, 기후 위험에 대한 책임을 심어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후 위험 완화 목표를 추구한다는 우리의 기대감을 기업에 분명히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담팀 신설·인력 확충으로 ESG 상품에 올인손튼 대변인은 회사가 ESG 상품을 기획할 때 4가지 질문을 직원 각자에게 던진다고 했다. △해당 상품이 지속적인 투자 메리트가 있는지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는지 △상품이 기업 비즈니스에 중요한 것인지 △이를 통해 뱅가드가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는지 등이다.
손튼은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품 라인업을 지속해서 평가하고 있다”며 “특히 우리 상품이 장기적인 투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 개발에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뱅가드는 인력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자국에 2명의 ESG 상품 전담 관리자와 3명의 지원 인력으로 구성된 ESG팀을 신설했다.
대변인은 “ESG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고려해 영국과 유럽을 담당하는 ESG 전략팀장을 새로 고용했고, 미국 포트폴리오 리뷰팀에 다수의 ESG 상품 전담 매니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손튼 대변인은 “우리는 투자 업계를 지속해서 평가하고 있으며, 지난 20년간 그랬듯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의 투자 라인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투자자가 ESG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들의 투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ESG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