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후위기 적응력이 곧 ‘시장 생존력’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계 자본이 녹색 산업으로 향하고 있다. 기후 변화 민감성이 떨어진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라며 “‘녹색투자금융공사’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과 기업 이윤추구 활동이 맞물릴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세계 자본시장이 ‘녹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납품하는 부품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압박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블랙록 등 세계 ‘큰손’들은 석탄산업 투자에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녹색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은 고사하고 시장 생존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민 의원은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의 정책이 있었지만, 녹색보다는 ‘성장’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설명이다. ‘녹색’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왔을 뿐, 모호한 투자 대상에 시장 혼란만 커졌다. 그는 “국내 산업 기술력은 친환경 기술을 구현할 수 있지만, 자본을 운용하는 방식에 있어선 선진 금융 시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녹색 금융 시장의 규모도 파악되지 않는 상태”라고 짚었다.
이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형태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정치와 시장이 맞물린 대안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위기를 대처할 수 없다”며 “에너지 정책뿐만 아니라 금융 시장도 녹색 산업을 뒷받침해줘야 하는 이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 금융 촉진 특별법’ 제정이다. 녹색 금융을 활성화해 저탄소 경제 구조로 산업 체질을 개선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민 의원은 “녹색 금융은 사회적 책임을 넘어 시장 생존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녹색산업에 투자하지 않고선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기후위기 악당국’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58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꼴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도 가장 낮다. 국내 금융ㆍ산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 의원은 “국내 금융은 세계 산업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며 “알더라도 서로 눈치만 보다 시장 흐름을 놓치면서 경쟁력을 놓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속가능성을 대비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 생태계”라며 국내 자본시장의 ‘탈석탄 선언’ 동참을 촉구했다. 정부, 민간 참여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해야민간 자본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으론 ‘녹색투자금융공사’ 모델을 제시했다. 정책 및 민간금융기관이 녹색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녹색투자금융공사가 보증 및 금융을 지원하는 구조다. 민간 시장이 느끼는 부담감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민 의원은 “민간에서 먼저 그린뉴딜산업 금융이 자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호주, 영국, 미국, 두바이, 노르웨이 등에서 기후금융의 초기 리스크를 보완해주는 공사들이 존재한다. 정부 정책 의지와 민간금융의 이윤 추구 동기가 결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이 경영 활동에서 녹색 금융 흐름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녹색분류체계’과 ‘기후 민감성 지수’를 만들 것을 제언했다. 무엇이 ‘녹색’인지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하자는 의미다. 또한, 기후 변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시장 전략에도 반영하자고 제언했다. 민 의원은 “금융이 산업 변화를 제대로 포착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정부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 금융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녹색 투자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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